– 말보다 더 깊은 마음을 꺼내는 책
📖 "말이 닿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닿는 말을 찾고 싶었다."
정지우 작가의 산문집 『말은 마음보다 느리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말과 감정 사이의 간극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말'이라는 매체가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전제로 출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라는 불완전한 도구로 어떻게든 마음을 닿게 하고 싶은 바람, 그 애틋한 시도를 정성스레 풀어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무엇보다 '속도'에 집중하게 됐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 즉각적인 반응을 강요받는 디지털 환경, 신속함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정지우 작가가 꺼내는 말들은 한 박자 늦고, 심지어 때로는 멈춘 듯이 천천히 독자의 마음으로 스며든다.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강점이다. ‘빠르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독자에게 말보다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의 순간을 선사한다.
🧠 철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쓴다
정지우 작가는 변호사이자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사회와 인간, 관계에 대한 사유를 다양한 지면에서 공유해왔다. 『말은 마음보다 느리다』에서도 그는 철학자처럼 깊이 생각하고, 시인처럼 섬세하게 표현한다.
문장은 유려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감정은 진솔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다. 그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순간, 예컨대 "말을 건네기 어려웠던 어느 날", "사소한 오해로 멀어진 관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심" 같은 것들을 오롯이 텍스트로 복원해낸다.
그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단어를 고르고, 때로는 침묵이야말로 더 깊은 소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산문집을 넘어, 말을 대하는 태도 자체에 대한 성찰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로 읽힌다.
💬 "말은 늦게 가지만, 멈추지 않는다"
책은 말이 마음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진실을 수용하면서도, 그 느린 말이 결국엔 도착한다는 믿음을 함께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우리가 건네는 말들이 어쩌면 지금은 닿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마음을 적실 수 있다고.
이 책은 위로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던 기억,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돌아섰던 순간들, 그런 모든 ‘말의 실패’가 얼마나 보편적이고, 인간적인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한 편 한 편이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 지하철, 침대맡, 카페에서 한 꼭지씩 읽기에도 좋으며, 각 글은 마치 짧은 시나 짧은 고백처럼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 추천하는 독자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사람
- 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고, 쉽게 후회하는 사람
- 말보다 글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
- 문장의 여운을 좋아하는 독자
특히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사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작은 거울이자,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 인상 깊은 문장
“마음은 늘 말보다 먼저 도착하고, 말은 그 마음을 뒤쫓아간다. 말이 느리다고 해서 사랑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말이 서툴러서 오해했던 모든 순간이, 언젠가 말의 온도로 풀릴 수 있기를.”
“내가 못했던 말들은 아직도 내 안에서 맴돌고 있다. 그 말들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기를.”
📚 마무리하며 – 말보다 중요한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은 마음보다 느리다』는 현대인의 말에 대한 불안과 고독을 섬세하게 다룬 책이다. 무엇보다도 말의 속도보다 마음의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지만, 때로는 말이 없을 때 비로소 마음이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아이러니를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말과 마음의 거리에서 길을 잃은 독자들에게 조용하고도 확실한 등불이 되어 준다.
말보다 느릴지언정,
마음보다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