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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찬란하게. 스파클

by 독서 좋아 2025. 5. 18.

최현진 작가의 장편소설 『스파클』은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자존감의 균열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성장소설입니다. ‘스파클’이라는 반짝이는 이름 뒤에는 꺼질 듯 말 듯한 열다섯 소녀들의 치열한 감정이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외면받은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자신을 되찾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냅니다. 지금, 마음속에 작고 빛나는 ‘스파클’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반짝임 뒤에 숨겨진 마음의 그림자

『스파클』은 눈부신 청춘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찬란함 뒤에 숨겨진 불안과 외로움, 낮은 자존감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들여다봅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두 명의 소녀 ‘주희’와 ‘하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세상과 타협하거나 그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고 표류합니다.

 

주희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집안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방관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정서적 고립을 겪고 있습니다. 하윤은 학교에서는 인기 있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모와 평가에 집착하며 무너지는 중입니다. 이들이 처음 ‘스파클’이라는 연극동아리에서 만나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과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는 시작점이 됩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십대 소녀들의 자존감 붕괴를 너무나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주희는 ‘나는 왜 이렇게 눈치만 보게 됐을까?’를 되뇔 만큼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하윤은 누군가의 시선에 자신의 가치를 의존하는 삶에 지쳐 있습니다. 『스파클』은 그 불안정한 자존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묻고, 동시에 그것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갑니다.

 

이야기 속 자존감은 단순한 ‘자기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입니다. 이 점에서 『스파클』은 현대 청소년이 가장 크게 겪고 있는 정체성 혼란과 감정의 기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싫었어"라고 말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독자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 됩니다.


상처는 연결을 통해 치유된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치유된다는 감정의 연대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스파클』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조용히 펼쳐냅니다. 특히 ‘연극’이라는 공동체적 공간은 상처받은 아이들이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안전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스파클 연극부에서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합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인물들은,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들여다보며 서서히 마음을 엽니다. 주희는 하윤의 외면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을 이해하고, 하윤은 주희가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우정이 아닙니다. 연대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이는 각자의 생존을 위한 감정의 끈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경험입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극적으로 만들지 않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한마디의 말, 무심한 눈맞춤, 같은 공간에서 울음을 참는 모습—로 표현합니다. 이 소설의 진짜 감동은 거기에 있습니다.

 

스파클은 그래서 반짝임이 아니라, 불꽃처럼 서로에게 튀는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는 누군가의 존재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로 만들어주고, 세상과의 단절을 다시 연결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 작품은 그 어떤 영웅도, 완성된 존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완전하지 않기에 더 따뜻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함께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

『스파클』은 성장소설입니다. 그러나 그 성장은 뚜렷한 변신이나 드라마틱한 성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주희와 하윤이 변화하는 과정은 조용하고 서서히 이루어지며,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펼쳐집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이전의 나와 조금 다른 나’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희는 더 이상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움츠러들지 않고, 하윤은 더 이상 거울 속 외모에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어떤 감정이 자신을 옭아맸는지를 이해하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길로 나아갑니다. 이 여정은 마치 고요한 호숫가에 던진 조약돌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울림을 전합니다.

 

최현진 작가는 말합니다. “성장은 나를 이해하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시작된다.”


『스파클』은 이 진리를 서사 전반에 걸쳐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자신만의 스파클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건 과거의 나일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괜찮아, 넌 이미 충분히 반짝이고 있어”라는 말을 이야기 전체를 통해 건넵니다. 그래서 『스파클』은 성장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위로의 서사이며,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조용한 희망을 건네는 문학입니다.

 

 

 

스스로를 외면했던 당신에게, 스파클은 말한다

『스파클』은 반짝이는 청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빛나지 않아서 외면당했던, 작고 흔들리던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말하지 못한 감정, 외면했던 상처,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했던 시간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합니다.

 

"그럼에도, 너는 계속 살아갈 수 있어.


네 안의 작은 빛이 꺼지지 않았으니까."

 

『스파클』은 지금 어딘가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십대에게 또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강하고 따뜻한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