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호흡이 나를 살게 했다
지하철 안은 언제나처럼 붐볐고, 누군가는 졸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하루의 무게를 잠시 내려두고 있었고, 바로 그 무심한 풍경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내 안의 감정은 지금 어디쯤 흐르고 있는지, 늘 밖을 보느라 잊고 살았던 ‘내 안’을 바라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어느 날부터 지하철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소란한 공간에서 명상을 시작했고, 그 명상은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가장 단단한 도구가 되어주었다.
『나는 날마다 지하철에서 명상한다』는 바로 그 작은 변화의 시작점에서 출발한다. 명상은 특별한 공간이나 조용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출근길에 타는 2호선 객차 안, 옆 사람의 어깨에 기대 흔들리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얼마든지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아주 부드럽고 명확한 문장으로 일깨운다. 우리는 흔히 명상을 어렵게 생각하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거나 잡념을 없애야 한다고 느끼지만, 저자가 말하는 명상이란 그런 형식적인 통제를 벗어난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몸의 어느 부분이 굳어 있는지, 눈을 감았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의 명상’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문장은 명상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명상에 대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자주 불안했고, 사람들 틈에서 작아지는 느낌이 얼마나 익숙했는지를 털어놓으며, 그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인정하고 함께 앉아 있으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 고백은 감상적인 회고가 아니라, 현실의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닿는 체험의 언어이며, 우리는 그 경험의 결을 따라가면서 비로소 '나도 이렇게 해볼 수 있겠다'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품게 된다.
저자는 매일의 명상이 거창한 깨달음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단 몇 분이라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숨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말해준다. 그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과 불안, 그날 있었던 사소한 감정들까지도 모두 흘려보내는 법을 연습했고, 그렇게 쌓인 ‘작은 멈춤’들이 결국 그를 다시 일상으로 데려가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책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다. 그 모든 문장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긴 호흡처럼 이어지며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저자와 함께 지하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옆자리에서 그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나도 따라 고개를 숙이게 되고, 주변의 소음이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 안쪽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되며, 그렇게 나는 단지 독서자가 아니라 ‘함께 명상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글은 다정하게 속삭이듯 흘러가고, 어느 문장에서도 독자를 재촉하거나 훈계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냥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이 책은 단순히 명상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삶이 너무 빨라서 감정을 돌아볼 틈이 없고, 해야 할 일에 쫓겨 하루의 시작과 끝이 흐릿하게 겹쳐버리는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여기 있고, 이 숨을 쉬고 있으며, 충분히 잘 견디고 있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기록이자, 매일 아침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작고 조용한 선언에 가깝다.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명상’이라는 낯선 행위와 만나는 순간, 우리는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문득 눈을 감았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은 채,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창밖 풍경은 지나가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나는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너 오늘은 괜찮아?”
그 질문 하나가 그날 하루를 바꾸는 데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명상이란, 그렇게 나를 놓치지 않는 순간에 머무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