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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타임루프, 가족, 성장)

by 독서 좋아 2025. 5. 4.

김하연 작가의 『시간을 건너는 집』은 시간이라는 불가항력적 개념 속에서 가족과 상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묻는 감성적 타임루프 성장소설입니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도 되돌리고 싶은 하루가 있다면 이 소설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하루, 무너진 시간 속에서 (타임루프)

『시간을 건너는 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독자를 사로잡는 요소는 바로 타임루프(Time Loop)라는 설정입니다. 주인공 ‘서하’는 어느 날 아침, 낯선 집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계속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 반복은 단순히 현실 도피적인 판타지가 아닌, 주인공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마주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시간이 반복된다는 설정은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된 클리셰일 수 있지만, 김하연 작가는 이 설정을 감정의 흐름과 정서적 연결성에 집중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냅니다. 서하가 반복하는 하루는 결코 똑같지 않습니다. 작은 선택 하나, 감정 하나가 다음 날의 분위기를 달리하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변화해 갑니다.

 

‘시간’은 이 소설에서 공간과 감정을 잇는 매개체입니다. 서하가 깨어나는 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무대입니다. 시간의 반복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치유되지 못한 감정과 마주할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입니다. 독자 또한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서하와 함께 ‘멈춰 있는 감정’을 되짚고, 결국 그 시간을 건너가는 감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김하연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문장력으로 시간의 흐름을 시처럼 묘사하고, 인물의 내면을 차분히 따라갑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문체와 정서 덕분입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환상을 그리는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제대로 살아보자’는 진심 어린 시도입니다.

 

가족이라는 미해결의 퍼즐 (가족)

이 소설의 중심에 놓인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가족’입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서하는 잊고 지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가족과의 기억들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와의 단절, 동생과의 엇갈린 감정 등은 그녀가 현재에 머물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됩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가족을 이상화하거나 온전한 사랑의 관계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불완전한, 그러나 절대적인 연결로 묘사합니다. 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그리워하지만 닿지 못하는 감정의 거리. 이 소설은 바로 그 거리를 줄이기 위한 감정의 여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서하가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점차 변화하고 있는 그녀 자신의 시선과 태도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말 한마디, 외면했던 감정이 서서히 열린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감정의 변화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가족은 함께한 시간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완성된다”고 말하듯, 이 소설을 통해 가족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결국 ‘시간을 건너는 집’이란, 과거의 오해와 침묵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공간이자, 감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장소로 기능합니다. 누구나 가진 가족에 대한 상처와 그리움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작품은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서사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멈춰버린 마음의 성장을 다시 시작하다 (성장)

『시간을 건너는 집』의 또 다른 축은 ‘성장’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서하의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하루 속에서 주인공은 조금씩 달라지고, 이해하게 되고, 결국 변화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감정의 성장입니다.

 

시간을 반복하며 서하는 자신이 미뤄왔던 문제들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용서’입니다. 부모에 대한 용서, 자신에 대한 용서, 사랑에 대한 용서.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바로 성장의 여정입니다.

 

성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닙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그 점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오늘과 어제, 아주 비슷해 보이는 두 날 사이에서 작은 감정의 흔들림을 포착하며, 그 흔들림이 결국 어떻게 한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복의 끝에서 서하는 마침내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선택합니다.

 

작가 김하연은 성장을 ‘결심’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그것을 ‘이해’라고 말합니다. 타인을, 가족을, 과거를 이해하는 순간이 곧 자신이 성장하는 순간이며, 바로 그 순간에 시간은 흐르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성장은 반드시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멈춰 서서 되돌아보는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되돌아볼 수 있다면, 당신은 아직 살아있다

『시간을 건너는 집』은 단순히 타임루프라는 구조를 빌려온 판타지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존재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의 이야기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말하지 못한 말들, 떠나보낸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그 집 안에서 천천히 흘러가고, 다시 피어납니다.

 

지금 당신에게도 반복되는 하루처럼 느껴지는 삶이 있다면, 혹은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시간을 건너는 집』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합니다. “시간을 건넌 그 끝에도, 당신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